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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성당은 정말 화려하구나.

2023.04.15


 숙소에서 얼추 짐을 풀고, 돈과 카드를 잃어버리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만 발생하도록 여기저기 분할해 놓았다. 숙소는 듣던 데로 침대와 작은 책상, TV가 있었으나, 책상은 너무 작았고 대부분 TV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천장이 너무 낮고 책상 바로 위의 천장은 지붕인지 비스듬하게 있어서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나름 1박에 18만 원으로 로마 치고는 싼 편이고 위치가 좋긴 하다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0층에서 내렸는데, 호텔의 홀이 아닌 웬 생뚱맞은 좁은 공간이 나왔고, 옆의 하얀 건물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으로 추측되는 악기의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공간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희한하긴 했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음악 소리가 제법 어울려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갔더니 다시 계단을 통해 홀로 가야 했고, 그 홀을 나가보니 정면에 보이는 차고 안에 작고 이쁜 올드 카가 한 대 보였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도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

 

 

 아까 보다가 말았던 Largo di Torre Argentina로 돌아갔고, 처음으로 혼자 갔던 터키 여행 도중 잠깐 들렸던 불가리아의 풍경이 다시금 기억나는 경치들이 종종 보여왔다. 확실히 여기는 유럽이구나. 스케일은 비교할 게 못되긴 하지만.

 솔직히 큰돈 주고 여행 가는 것보다 집에 누워서 2주간 뒹굴 거리며 쉬는 것이 더 당기긴 했다만, 셀카를 찍을 때마다 사진 속의 내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볼 때, 싫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다만, 오자마자 비가 오다니, 원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동네 인지 걱정이 조금 앞서긴 한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정면과 돔

 Largo di Torre Argentina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고 판테온 방향으로 큰길을 건너가자 왠 큰 성당(Sant'Andrea della Valle) 하나가 보였다.

 적어도 3층짜리 건물은 되어 보이는 성당. 이 정도 크기의 성당이라면, 나름 이름이 알려진 성당이지 않을까?

 오늘은 단순히 산책하는 날로 정했으므로, 가능한 유명 유적지나 건축물에 들어가기보다 주변 구경만 하고자 했으나, 저렇게 눈에 띄면 가봐야지 않겠는가.

 출입이 가능한지, 위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안고 성당으로 향했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정면

 다행히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볼 때, 출입은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이탈리아는 유명한 가톨릭 국가이고, 엄청난 성당들이 사방에 널려있다고 하니,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첫 대상을 성당으로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내부

 성당의 내부는 지나치리만큼 화려했는데, 성당에 안 간 지 약 5년이 다 되어가는 내게도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움이었다. '이렇게까지 성당이 화려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안에서부터 튀어나올 정도로 화려했는데, 사방이 금칠에 대리석으로 여기저기 치장이 되어 있었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천장화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제단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입구 방향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Gregorio De Rossi가 청동으로 만든 것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천장을 얼마나 쳐다보았는지, 사람들이 쳐다보기 쉬우라고 아래에 거울이 있긴 했으나, 줄이 제법 길어 줄을 서서 기다리느니 그냥 의자에 앉아서 천장을 보았다.

 성당이라 다행인 것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었고, 실제 운영하는 성당인지 성수도 있었으며, 신자들을 위한 의자들이 많아 다리 아플 일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남자 무리들이 의자에 앉아 소리를 내 묵주 기도를 한창 바치고 있었다.

 아, 건물은 단층이었다. 그저 천장이 엄청나게 높을 뿐. 올라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고, 구석구석에 화려한 대리석 조각과 그림이 없는 곳이 없어, 이곳의 모습들을 찍은 사진을 전부 올린다면 이 성당의 사진만 10~20장이 올라갈 정도였다. 

 그렇게 됐다간 그냥 사진 자랑일 뿐, 여행기라곤 할 수 없지 않은가.

 

 심지어 난간마저도 검은 대리석과 붉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저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처럼 성당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는데, 이 성당에 대해 검색을 해봐도 손가락에 꼽을만한 대단한 성당이 아님에도 이토록 화려한 것을 보았을 때, 다른 성당들은 어느 정도 일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등이 달려있긴 했지만, 햇빛이 들어오니 성당의 윗부분이 따뜻한 금색으로 물드는 게, 건축 부분에서도 상당한 기술과 지식이 들어간 것이 확실했다.

 성당 구석구석에 비밀 공간의 입구 같은 곳도 제법 있었고, 해당 성당의 관련자라면 탐색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구경을 하고, 성당을 나와보니 비는 다 왔는지 해가 나고 있었다. 성당 안이 햇빛으로 금빛으로 물들 때부터 해가 나고 있었나 보다.

 내일 아침에 보고자 한 판테온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차 한 대가 굳이! 자신이 가던 차로의 옆차로로 넘어와 물 웅덩이를 대차게 밟고 내게 물을 끼얹었다.

 아니, 차가 막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쭉 직진을 해도 되는 상태에서 굳이 왜 내 옆 도로까지 들어와서 물을 튀기고 가는 것인지, 그나마 다행히 바지와 외투가 조금 젖고 상당량의 물은 우산으로 막아냈다만, 길에 고여 회색빛이 도는 지저분해 보이는 물이 튀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혼자 하는 여행에선 가능한 한 빨리 기분 나쁜 일을 잊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므로, 대충 수습하고 다시 나아갔다.  

 

Basilica of St Eustace의 입구

 

 판테온으로 향하던 길에 성당(Basilica of St Eustace)이 하나 더 있었고, 혹시 이 성당도 앞서 본 성당(Sant'Andrea della Valle)만큼 화려할까 싶어 한 번 들어가 봤다.

Basilica of St Eustace의 내부
Basilica of St Eustace의 도금된 난간과 오르관

 모든 성당이 Sant'Andrea della Valle처럼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 이 성당은 비교적 소박했고, 일반 신자들이 많이 오는 성당처럼 보였다.

 입구에서부터 구걸을 하는 분이 한 분 계셨고, 벽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 성당만큼 과하다 싶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성당은 무려 8세기에 지어진 녀석으로 1582년 지어지기 시작해 1650년 완공된 Sant'Andrea della Valle에 비해 역사적인 가치가 더 많다면 많았지, 부족함은 없는 녀석이다.

 지나가다 설렁 들린 곳마다 영문 위키 백과에 없는 녀석이 없고, 내용이 상당하니 로마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판테온(Pantheon)의 옆면

 

판테온(Pantheon)의 앞면

 

판테온 앞의 오벨리스크와 분수(Obelisco del Pantheon)

 

판테온 앞의 오벨리스크와 분수(Obelisco del Pantheon)

 

 판테온은 다음날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주변만 설렁 보고 지나갔으나, 확실히 사람이 많다. 

 처음 로마에서 길을 걸으면서, 들렸던 곳들이 전부 역사적인 가치나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상당한 곳들이었으나, 듣던 것보다 사람이 별로 없길래 비수기인가 했더니, 죄다 여기 있었나 보다.

 입장해보고 싶었으나, 구체적인 입장 방법이 적혀있거나 안내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도 없었고, 판테온 내부에는 사람이 있었으나, 입장을 막는 줄이 사방에 쳐져 있어서 밖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판테온의 외부 탐색까지 만 이었으므로, 자세한 건 내일 아침 일찍부터 가서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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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로마에서의 산책

2023.04.15

 


 두바이에서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만, 로마에서의 첫날은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 날이었다. 그리 많이 오는 비는 아니었다만, 활주로가 조금 젖어있었고, 비행기에서부터 창문에 빗방울이 튀기 시작하고 있었다.

 

로마 FCO 공항

 

 로마 FCO 공항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자동 입국 심사가 됐고, 여권을 찍고 얼굴 사진을 찍고 바로 패스가 됐다. 유럽의 입국 심사는 꽤 느긋하다고 들었는데, 자동 입국 심사 때문인지 도장을 찍어주는 직원은 정신없이 도장을 찍고 있었고,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자, 유럽에서 사용 가능한 USIM 칩 교체는 비행기 안에서 끝냈고, 이제 숙소까지 가는 길만 남았는데, 이 과정이 그다지 만만치는 않다. 가장 쉬운 것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를 타는 것이겠지만, 이탈리아의 택시비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쌌고, 당장 알고 있던 이동 방법은 셔틀버스였지만, 블로그 등에서 찾아본 후기에선 짐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분실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글이 큼지막하게 쓰여있었던 것을 볼 때, 만만치 않을 듯했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든든한 친구인 구글 맵은 지하철인지 기차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 무언가를 타라고 하였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매표기에서 표를 끊었는데, 아... 너무 가까운 시간대의 표를 끊는 바람에 숨 돌릴 틈 없이 기차역으로 뛰어가게 됐다. 늦을까 봐 뛰어가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일인데, 기차 출발까지 15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앞 뒤로 배낭을 메고 뛰었다.

 

 기차역에 들어서서 직원에게 "It's right!?"을 연신 물어보며, 늦지 않게 기차에 타는 것에 성공을 하였고, 나 이외의 영국인으로 보이는 여행객 무리와 점잖은 이탈리아 할아버지와 친화력 높아 보이는 할머니 등이 열차에 올랐다. 이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건 것은 아니다만, 이 영국인 무리들과 내가 기차에서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수다를 떨어주셔서, 심심치 않게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어찌나 서둘렀는지 공항에서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기차 사진도 찍질 못했다. 확실히 외국에 오긴 한 건지 아파트나 주변 식물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다만, 기차 안에서 방심하지 못하겠는 것이 소매치기 같은 게 문제가 아니고, 열차에서 지금 역이 어딘지 방송이 나오지를 않으니, 잘못된 역에서 내릴까 봐 구글 지도만 쭉 보고 있어야 했다.

 

Roma Trastevere에서의 풍경

 

 Roma Trastevere에 내리니 많지는 않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여기서부터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해야 했다. 로마에서는 표를 담배 가게나 길거리의 작은 부스 등에서 판매한다고 하여,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이동을 하며, Tabacco 또는 Tobacco 라 쓰인 가게를 찾아다녔다.

 

우중충 하긴 했지만, 제법 마음에 들었던 풍경이었다.

 

 확실히 유럽에서는 우산을 많이 쓰질 않아서 그런지, 비가 제법 날리는 데도 그냥 맞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제법 되었고, 위 사진의 맨 오른쪽 건물을 살짝 돌자, 담배 가게가 보였다. 우리나라의 편의점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구멍가게처럼 크기는 매우 좁았고, 덩치 큰 이탈리아 형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1.5유로에 버스 티켓 한 장을 끊으러 들어갔고, 주말이라 그런 것인지 한국처럼 복권을 사러 온 사람이 제법 되었다. 버스 티켓 한 장을 사서 바로 버스를 타로 이동했는데, 습기 가득한 이 가게의 사진을 찍지 않았던 것이 이제 와 생각하니 조금 아쉬웠다.

 

우중충한 로마의 길거리

 

 버스를 타러 가는 중에 경찰 둘이 이 비 오는 날씨에 인도 한 복판에 대짜로 누워있는 양반에게 화를 내며 일으키려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탈리아에서 약 7~8년 전부터 소매치기의 왕국 로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경찰과 군인을 상당수 투입했다더니, 가장 쉬운 먹잇감 중 하나인 1인 자유 여행자로선 나쁘진 않은 일이긴 하다.

 

 버스를 탄 것까진 좋은데, 기차에서처럼 알람이 울리질 않는다. 그나마 기차에선 모니터로 글을 띄워주기라도 했는데, 버스엔 그런 것도 없어서, 이거 USIM 칩을 한국에서 사 오길 정말 잘했다. 빗발이 제법 거세지는지 창 밖 너머로 우산을 든 사람과 우의를 입은 사람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로마의 캄피톨리오(Campidoglio) 광장의 계단과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조각상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주 멋있고 큰 이름 모를 조각상 둘이 반겨줬는데, '이 것이 로마인가!'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충분했다. 버스 하나에서 내렸다고 이렇게 있어 보이는 조각상이 보이다니 시작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구경을 좀 하고 싶긴 했는데, 빗발이 점점 늘고 있었고, 우산이 가방 깊숙이 어딘가에 있었기 때문에 그 비를 모조리 맞고 있는 중에 그럴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산타 마리아 인 아라코엘리 성당과 조국의 제단(옆 모습)

 

 눈길을 돌리니 거기에도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규모의 건물이 더 있었는데, 비를 맞고 있는 상황임에도 사진 찍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건물들이었다.

 

조국의 제단(옆 모습)

 

 순백의 대리석으로 지어진 이름 모를 거대한 건축물이 조금 걷고 다시 돌아서 사진을 찍고, 조금 걷고 다시 사진을 찍는 행동을 반복시켜 주었고, 어느 정도 만족한 후에야 구글 지도를 보며, 숙소로 다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비가 오는 중인 로마 길거리

 

 비가 한창 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씩 건질 수 있었는데,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서인지 보수 중인 곳이 제법 많았다. 그리고 길이 상당히 좁고, 울퉁불퉁한 돌로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트렁크 대신 배낭만 2개를 메고 온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약한 숙소인 오시아눔 궁전(Historic Hosianum Palace)에 도착하였다. 중년의 이탈리아 남성 분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Check-in을 하였고, 그분은 로마의 지도가 필요하지 않냐 물으며 하나를 꺼내주었다. 곧이어 그 지도의 중요 지점들에 펜으로 줄을 쭉쭉 그어, 어떤 동선으로 다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괜찮은 레스토랑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다.

 

 숙소는 판테온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고, 판테온을 기준으로 위쪽은 엄청 비싸니 거기서는 커피 한 잔 사 먹지 말라며 당부를 주었다. 그리고 밥은 좌측 하단의 동그라미 쪽에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은 레스토랑이 많으니 무조건 거기서 밥을 먹으라고 알려주었다.

 

 숙소 주인 분의 따뜻한 환대와 친절한 안내를 받고, 4층에 있는 방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우산을 꺼내고, 슬리퍼를 신으려고 숙소 구석구석을 찾아봤으나, 한국과 달리 침대에서도 신발을 신는다고 하는 유럽인들이어서인지 슬리퍼가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처럼 숙소에 기본적으로 슬리퍼를 비치해 둘 줄 알았더니, 일단 슬리퍼도 살 겸 해서 가볍게 산책을 하러 나가봤다. 비행기에서 가이드북을 열심히 읽어보긴 했으나, 로마 쪽에 워낙 내용이 많아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었기도 했고, 생각 없이 사전 답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비오는 로마 시내, 어디에든 유적지의 흔적이 보인다.

 

로마에서 처음으로 본 성당(Chiesa di San Giuliano dei Fiamminghi)의 돔

 

Largo di Torre Argentina(1)

 

 숙소 밖으로 조금 걸어 나오자 큰 길이 나왔고, 숙소의 직원분이 그려준 길을 따라가니 성당의 큰 돔과 넓은 유적지가 보였다. 비와 오랜 비행 탓에 춥고 피곤하긴 했다만, 제법 마음이 설렜다.

 

 Largo di Torre Argentina*는 출입은 불가능했으나, 내부를 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고, 당연히 무료였다. 

 

Largo di Torre Argentina(2)

 

Largo di Torre Argentina(3)


Largo di Torre Argentina*: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광장 중 하나로, 로마 공화당 사원과 폼페이우스 극장 유적으로 이루어져 있음. 폼페이우스 극장 유적 입구에 있었던 Pompey Curia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암살당했다고 함. 2019년 로마 시장은 이곳의 주변에 산책로를 설치해 일반 대중이 볼 수 있게 하였으며, 역사적인 가치 외에도 고양이 대피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유명함.


 

 Largo di Torre Argentina의 옆에 있던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6유로짜리 쪼리를 하나 산 후, 숙소로 다시 돌아가 잠깐 정비를 한 후 산책을 이어 가기로 마음먹고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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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가 자리에 앉으면 눈이 너무 부셔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

2023.04.15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요즘은 자리 위치까지 특별 금액이 붙고, 온라인 Check-in을 하기 때문에 공항에 일찍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로맨틱한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운 좋게 발을 뻗을 수 있는 자리 나 창가 자리에 앉게 되면 그날 기분이 제법 좋았었는데, 비행기가 출발하기 며칠 전 온라인 Check-in으로 운 좋게 비행기 자리를 잘 잡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두바이 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창가 자리에 앉으면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보았을법한 인공 해변과 잠시간의 바다, 넓은 황토색의 평지가 보인다. 

 그렇게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구름이 얼마 끼지 않은 덕에 넓은 바다와 광활한 땅을 볼 수 있었고,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 한 시간 반 정도 기절한 듯 잠에 들었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승무원분들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아침 식사로 치즈 에그 샌드위치와 딸기 패스츄리를 내왔다. 원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기내식 때문에 카페모카 한 잔만 마신 나로서는 출출하기도 했고, 앞서 다른 승객들이 두 개를 주문해서 받는 것을 보고 당당히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 쪽 줄을 담당한 승무원분은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겨 웃는 모습이 이쁜 여성분이었는데, 이코노미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승무원은 보통 일은 아닌 거 같다. 이 좁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도 버거운데 승객의 각종 요청과 음식, 음료 등을 서빙하는 일이라니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로다 싶다.

 스크램블 애그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는 적당히 따끈하고, 안 속에 스크램블 애그뿐만 아닌 치즈도 들어 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커피도 상당히 맛있었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아메리카노와 다른 블랙커피는 확실히 진하니 향도 좋긴 한데, 커피를 몇 번째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반면에 딸기 패스츄리는 억지로 먹었다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는데, 딸기잼의 향이 진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달지도 않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건강에 좋다며 만들어주셨던 산딸기 잼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음료 카트가 한 번 더 왔다 갔고, 아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인 친구들처럼 커피에 우유를 넣어먹어 봤다. 조그만 캡슐에 우유가 들어 있었고, 우유만 넣지 않고 설탕까지 넣으니 상당히 맛이 좋았다.

 

이제 기내식에 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눈이 너무 부셔서 창문을 닫고 출국 전 다운로드 해놓은 넷플릭스를 잠시 보고 있자니, 다음 기내식 시간이 되었다.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이가 끼니를 계속 가져다주는 것은 아무래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버터와 설탕 등을 빵에 잔뜩 넣어 식사가 아닌 간식용으로 만들어진 빵에 익숙해있던 내게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만, 식사용으로 만들어진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제법 별미였다. 

 당분간은 쌀밥이 아닌 빵이 주식이 되겠구나, 첫 여행 때도 빵이 제법 잘 맞았었는데, 이탈리아는 어떤 맛있는 빵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증이 돋았다.

 

알프스이지 않을까?

 

  비행시간이 약 1시간쯤 남았을 때, 창밖으로 넓은 범위로 산과 눈이 보였고, 시간을 봤을 때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산맥 위를 날고 있는 듯했다. 온라인 Check-in으로 창가 자리에 앉은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아, 내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알프스로 추정되는 눈이 쌓인 산을 지나 중동과 다른 녹음으로 우거진 땅과 넓은 바다(또는 호수?)가 보였고, 곧이어 넓은 목초지와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로마 FCO 공항은 해안가에 가깝다고 하니, 기나긴 비행 끝에 로마 FCO 공항에 다 온 듯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이 제법 아름다워 수 없이 사진을 찍어댔고, 바다는 사나웠으며, 아담한 붉은빛에 가까운 건물들과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초원 위 둥글둥글한 나무들이 보였다. 이전에 같은 지중해권 국가인 터키에서 봤던 나무들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환승 대기 포함 약 19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에 도착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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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온 두바이 공항

2023.04.15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환승해야 할 비행기의 Gate는 어딘지 찾으러 가려는 중에 아잔*이 울려 퍼졌다. 난 천주교 신자이긴 하다만, 아잔은 항상 듣기 좋다. 터키에서 64일간 여행을 했을 당시, 매일 울려 퍼지던 아잔을 생각지도 않은 두바이 공항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아잔*: Adhan, 이슬람에서 하루 5번 바치는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기도 소리.


 아잔 소리를 한껏 음미한 뒤, 여권과 비행기 표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라 냉큼 사진부터 찍었다. 내가 해외에 나갔다는 상징성이 가장 큰 이미지 중 하나이므로, 다른 건 잊어버려도 이것만큼은 찍어야지 않겠는가.

국민 공통의 암묵적 합의 사항인 출국 시 여권과 보딩 패스 사진이다.

 

 두바이 공항이라...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최종 도착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거의 동일한 경로로 하여 터키로 여행을 갔었는데, 뭔 깡인지 처음 여행을 가면서 혼자 떠났어서 공항에서 멘붕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비행기를 환승하는 경우, 환승할 비행기의 탑승지인 Gate가 공란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직 비행기가 들어올 Gate 번호가 정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여행 초짜에게 있어서는 국제 미아가 될만한 사유였다.

 그 당시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영어도 한마디 하질 못해 식은땀범벅이 가 돼 공항을 1~2시간 정도 방황했었는데, 이번엔 여유롭게 비행기 시간대가 나오는 게시판으로 가서 비행기 Gate가 언제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움직였다. 그때, 국제 전화로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던 친척 형에게 물어물어 해결을 했었는데, 두바이 공항에 오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오르는 군.

 당시엔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해서, 공항의 직원이 도와줬을 때, 더 멘붕을 했었는데, 이 번엔 능숙하게 공항 직원들의 가이드를 받아가며 내가 가야 할 위치를 수월하게 찾아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가지고 있는 두바이 공항은 24시간 면세점을 운영하므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는 곳인데, 덩치에 비해 어딜 가나 비슷비슷해서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만은 않다. 8년 전 왔을 때, 이 공항에서 9시간이나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을 구경했기 때문에 반가움 말고는 그다지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특산품 대추 야자 열매

 다만, 티르키쉬 딜라이트인 로쿰이 있는 코너에선 발이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는데, 이건 제법 맛있고 국내에서 구하기도 어렵단 말이지... 지금 사면 짐이니까, 국내로 돌아갈 때 사던가 해야겠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특산품인 대추야자열매도 있었는데, 이건 너무 달아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체질이 맞는 과일이 많지 않은 편이라 나중에 돌아갈 때 살지 말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두바이 공항에서 잠깐 쉬어간 카페

 

 환승까지 4시간 대기를 해야 했기에 한 카페에 가서 25 두바이 달러(한화 8,875원)에 달하는 카페 모카 한 잔을 홀짝이며 여유를 부렸다. 계산하는 과정에서 여행 가기 전에 바꾼 핸드폰을 꺼내 환율을 확인하고 있으니, 카페 직원이 새로 나온 기종인 것을 눈치채고, 구경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이전에 쓰던 핸드폰을 4년 정도 써서,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달기도 했고, 이번에 나온 핸드폰 기종(S23 울트라!)의 카메라가 제법 좋다는 이슈가 있어서, 카메라도 안 들고 갈 겸 핸드폰을 바꿨었는데, 덕분에 수다 떨 일이 생겨서 좋았다. 휴대폰 대리점의 직원이 된 기분으로 핸드폰의 기능을 소개해주고(사실 카메라가 엄청 확대가 잘되고 후보정이 되는 거 말곤 모른다), 직원들이 잠시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면 관심이 쏠리는 방식은 비슷하구나.

 커피가 나오기 전, 기념 삼아 사진을 한 장 찍으려 하니 직원들이 포즈도 취해줬다.

 

두바이 공항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8,800원짜리 두바이의 값비싼 커피를 한 잔 하며, 핸드폰 충전과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전 첫 여행에서 기내식을 먹을 땐, 좁은 공간에 꼼짝 못 하고 주는 음식을 계속 받아먹으니 가축이 된 기분을 느꼈었는데, 이젠 나도 성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익숙해져서인지 제법 먹을만했었고, 속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먹어서인지 속도 영 더부룩하고 기분도 썩 유쾌하진 않았었는데, 이번엔 아주 깔끔했다. 다만, 불편한 잠자리는 확실히 느꼈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재력을 길러보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조식 땐 난기류가 제법 심해 음식을 엎을까 숙이고 밥을 먹었었는데, 그 덜컹거리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서빙을 하는 승무원들의 프로 정신에 감탄할 다름이다.

 

두바이 공항의 개성 중 하나인 대형 폭포와 엘레베이터

 

  비행기 탑승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아, 게이트를 향해 이동했다. 두바이 공항에는 큰 인공 폭포가 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간 이동 후, 열차를 타고 게이트를 이동할 수 있는데, 8년 전 경험이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서 수월하게 이동을 했다.

 

 

 이번에 비행기를 환승하는 곳이 8년 전 비행기를 환승했던 곳과 길이 거의 동일해 그때의 풍경을 다시 즐길 수 있었다. 8년이나 됐는데, 맥도널드의 위치는 그대로였다. 로마행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1번과 간식 1번을 먹어야 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아랍에미레이트의 시그니쳐 메뉴를 먹어보겠는데, 전혀 배가 고프질 않아 넘겼다.

 공항 식당은 어딜 가나 바가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사 먹지 않는 것이 낫다만, 맥도널드는 믿을만하지 않은가. 8년 전에 맥도널드 앞 피자 가게에서 2조각에 피자 한 판 가격을 주고 먹어본 적이 있어서, 이 맥도널드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피자 가게는 문을 닫고 대형 사탕 가게가 그 자리에 들어와 있었다.

 

 

 잠깐의 두바이를 뒤로 하고, 이제 로마 FCO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이걸로 두바이엔 3번째(한국에서 터키로 향할 때, 터키에서 한국으로 향할 때,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향할 때) 들리는 것인데, 언젠간 공항 안에서만 돌아다니지 않고 두바이 시내를 활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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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혼자 온 인천 공항

2023.04.14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나 자신이 싫어하는 것, 내가 당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온전히 나에게만 시간을 투자하며 알아 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 삶 속에서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나름 열심히 가꿔왔던 이 블로그도 업무에 치여서 포스팅을 하지 않은지 2년 가까이 됐고,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 했더니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너무 많이 조여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기타 줄처럼 팽팽해진 상태가 되어 마음에 여유를 잃은 지 제법 되었다.

 

 우리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당장 내일의 경쟁에 밀려, 트렌드에 뒤쳐져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뛰어가야만 하고, 퇴근을 하거나, 주말이 되거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마저도, 정체 모를 불안감이 마음속 어딘가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덕에 자신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하며 하루하루 어정쩡하게 살아간다.

 

 1년 가까이 나를 괴롭혀왔던 프로젝트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 고생 대가로 의미로 2주간의 휴가를 받았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방황기였던 26살에 처음으로 갔던 터키로의 자유 여행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얻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8년 만에 또 혼자 여행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4월 14일 밤 11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가서 로마로 가능 비행기로 환승한 후, 이탈리아에서 15박 16일을 보내고 4월 30일 13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오랜만에 제법 긴 여행이다. 터키 여행 이후로 가족 여행 말고 딱히 여행을 다닌 적이 없었기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퇴근 후 짐을 들고, 인천 공항행 버스에 몸을 싣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 수속을 마쳤고, 요즘은 국내에서 USIM 칩을 미리 살 수 있다길래 인천공항 서점에서 19,900원에 한 달에 10GB짜리를 하나 샀다. 현지에서 산다면 조금 더 쌀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고 없고에 따라 여행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1분이라도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사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여행을 그리 많이 나가본 것은 아니지만, 지각을 자주 하는 습관 때문에 공항에 항시 3~4시간 일찍 가있다 보니, 인천 공항의 어지간한 건 다 봐놨기 때문에 바로 Gate로 향했다. Gate는 한산했고 몇몇 이들은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자리에 모여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거나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8년 전에 혼자 터키 여행을 갔을 때도 이번에 타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갔었는데, 당시엔 체중이 지금보다 약 10kg 이상 덜 나갔기 때문에 몸이 제법 가벼웠었는데, 이번 여행에선 배가 제법 나와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긴 해야겠다.

 

이번에 타고 갈 에미레이트 항공의 에어버스

 

 매번 밤 늦게나 새벽 비행기를 타서인지 인천 공항에서의 경치는 항상 깜깜했다. 비행기에서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요즘 피로가 많이 쌓여서인지 머리만 대면 자므로, 이전에 비해 걱정이 덜 하다. 두바이로 가는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기내식 2번에 시차 때문에 출발부터 도착까지 쭉 밤이다. 여행 출발 전 매 여행 때마다 그래왔듯,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남겼고, 잠시 후 비행기에 올랐다.

 

 

 기대대로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곤히 잠들었고, 실컷 잔덕에 준비해 간 넷플릭스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귀신 같이 기내식 때에 눈이 떠졌고, 이번 기내식은 제법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이전에 터키 여행을 갈 땐,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죽이 아닌 스크램블 에그를 먹어서 후회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능숙히 죽을 시켰고, 저녁을 안 먹고 출발한 덕인지 두 끼 모두 간식을 조금 남기고 모두 해치웠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맛이 부족하긴 해도 나름 김치가 나오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해치울 수 있었다. 이전에 터키에 갈 땐, 이 김치의 소중함을 몰라 손도 대지 않았는데, 해외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김치 생각은 날 수 있으므로 먹을 수 있을 때 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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