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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혼자 온 인천 공항

2023.04.14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나 자신이 싫어하는 것, 내가 당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온전히 나에게만 시간을 투자하며 알아 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 삶 속에서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나름 열심히 가꿔왔던 이 블로그도 업무에 치여서 포스팅을 하지 않은지 2년 가까이 됐고,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 했더니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너무 많이 조여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기타 줄처럼 팽팽해진 상태가 되어 마음에 여유를 잃은 지 제법 되었다.

 

 우리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당장 내일의 경쟁에 밀려, 트렌드에 뒤쳐져 뒷방 늙은이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뛰어가야만 하고, 퇴근을 하거나, 주말이 되거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마저도, 정체 모를 불안감이 마음속 어딘가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덕에 자신을 위해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하며 하루하루 어정쩡하게 살아간다.

 

 1년 가까이 나를 괴롭혀왔던 프로젝트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 고생 대가로 의미로 2주간의 휴가를 받았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방황기였던 26살에 처음으로 갔던 터키로의 자유 여행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얻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8년 만에 또 혼자 여행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4월 14일 밤 11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가서 로마로 가능 비행기로 환승한 후, 이탈리아에서 15박 16일을 보내고 4월 30일 13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오랜만에 제법 긴 여행이다. 터키 여행 이후로 가족 여행 말고 딱히 여행을 다닌 적이 없었기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퇴근 후 짐을 들고, 인천 공항행 버스에 몸을 싣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 수속을 마쳤고, 요즘은 국내에서 USIM 칩을 미리 살 수 있다길래 인천공항 서점에서 19,900원에 한 달에 10GB짜리를 하나 샀다. 현지에서 산다면 조금 더 쌀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고 없고에 따라 여행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1분이라도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사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여행을 그리 많이 나가본 것은 아니지만, 지각을 자주 하는 습관 때문에 공항에 항시 3~4시간 일찍 가있다 보니, 인천 공항의 어지간한 건 다 봐놨기 때문에 바로 Gate로 향했다. Gate는 한산했고 몇몇 이들은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자리에 모여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거나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8년 전에 혼자 터키 여행을 갔을 때도 이번에 타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갔었는데, 당시엔 체중이 지금보다 약 10kg 이상 덜 나갔기 때문에 몸이 제법 가벼웠었는데, 이번 여행에선 배가 제법 나와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긴 해야겠다.

 

이번에 타고 갈 에미레이트 항공의 에어버스

 

 매번 밤 늦게나 새벽 비행기를 타서인지 인천 공항에서의 경치는 항상 깜깜했다. 비행기에서 잘 자지 못하는 편인데 요즘 피로가 많이 쌓여서인지 머리만 대면 자므로, 이전에 비해 걱정이 덜 하다. 두바이로 가는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기내식 2번에 시차 때문에 출발부터 도착까지 쭉 밤이다. 여행 출발 전 매 여행 때마다 그래왔듯,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남겼고, 잠시 후 비행기에 올랐다.

 

 

 기대대로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곤히 잠들었고, 실컷 잔덕에 준비해 간 넷플릭스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귀신 같이 기내식 때에 눈이 떠졌고, 이번 기내식은 제법 나쁘지 않았다. 특히 이전에 터키 여행을 갈 땐,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죽이 아닌 스크램블 에그를 먹어서 후회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능숙히 죽을 시켰고, 저녁을 안 먹고 출발한 덕인지 두 끼 모두 간식을 조금 남기고 모두 해치웠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맛이 부족하긴 해도 나름 김치가 나오기 때문에 심심하지 않게 해치울 수 있었다. 이전에 터키에 갈 땐, 이 김치의 소중함을 몰라 손도 대지 않았는데, 해외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김치 생각은 날 수 있으므로 먹을 수 있을 때 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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