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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창가 자리에 앉으면 눈이 너무 부셔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다.

2023.04.15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요즘은 자리 위치까지 특별 금액이 붙고, 온라인 Check-in을 하기 때문에 공항에 일찍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로맨틱한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운 좋게 발을 뻗을 수 있는 자리 나 창가 자리에 앉게 되면 그날 기분이 제법 좋았었는데, 비행기가 출발하기 며칠 전 온라인 Check-in으로 운 좋게 비행기 자리를 잘 잡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두바이 공항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창가 자리에 앉으면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보았을법한 인공 해변과 잠시간의 바다, 넓은 황토색의 평지가 보인다. 

 그렇게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구름이 얼마 끼지 않은 덕에 넓은 바다와 광활한 땅을 볼 수 있었고,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 한 시간 반 정도 기절한 듯 잠에 들었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승무원분들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아침 식사로 치즈 에그 샌드위치와 딸기 패스츄리를 내왔다. 원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기내식 때문에 카페모카 한 잔만 마신 나로서는 출출하기도 했고, 앞서 다른 승객들이 두 개를 주문해서 받는 것을 보고 당당히 두 개를 주문했다.

 우리 쪽 줄을 담당한 승무원분은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게 생겨 웃는 모습이 이쁜 여성분이었는데, 이코노미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승무원은 보통 일은 아닌 거 같다. 이 좁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것만도 버거운데 승객의 각종 요청과 음식, 음료 등을 서빙하는 일이라니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로다 싶다.

 스크램블 애그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는 적당히 따끈하고, 안 속에 스크램블 애그뿐만 아닌 치즈도 들어 있어서 하나 더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커피도 상당히 맛있었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아메리카노와 다른 블랙커피는 확실히 진하니 향도 좋긴 한데, 커피를 몇 번째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반면에 딸기 패스츄리는 억지로 먹었다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는데, 딸기잼의 향이 진하지도 않았고, 그다지 달지도 않아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건강에 좋다며 만들어주셨던 산딸기 잼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음료 카트가 한 번 더 왔다 갔고, 아까 옆자리에 앉아 있던 백인 친구들처럼 커피에 우유를 넣어먹어 봤다. 조그만 캡슐에 우유가 들어 있었고, 우유만 넣지 않고 설탕까지 넣으니 상당히 맛이 좋았다.

 

이제 기내식에 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눈이 너무 부셔서 창문을 닫고 출국 전 다운로드 해놓은 넷플릭스를 잠시 보고 있자니, 다음 기내식 시간이 되었다.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이가 끼니를 계속 가져다주는 것은 아무래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한국에서 버터와 설탕 등을 빵에 잔뜩 넣어 식사가 아닌 간식용으로 만들어진 빵에 익숙해있던 내게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만, 식사용으로 만들어진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제법 별미였다. 

 당분간은 쌀밥이 아닌 빵이 주식이 되겠구나, 첫 여행 때도 빵이 제법 잘 맞았었는데, 이탈리아는 어떤 맛있는 빵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증이 돋았다.

 

알프스이지 않을까?

 

  비행시간이 약 1시간쯤 남았을 때, 창밖으로 넓은 범위로 산과 눈이 보였고, 시간을 봤을 때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산맥 위를 날고 있는 듯했다. 온라인 Check-in으로 창가 자리에 앉은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아, 내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

 

 

 알프스로 추정되는 눈이 쌓인 산을 지나 중동과 다른 녹음으로 우거진 땅과 넓은 바다(또는 호수?)가 보였고, 곧이어 넓은 목초지와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로마 FCO 공항은 해안가에 가깝다고 하니, 기나긴 비행 끝에 로마 FCO 공항에 다 온 듯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그 풍경이 제법 아름다워 수 없이 사진을 찍어댔고, 바다는 사나웠으며, 아담한 붉은빛에 가까운 건물들과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초원 위 둥글둥글한 나무들이 보였다. 이전에 같은 지중해권 국가인 터키에서 봤던 나무들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환승 대기 포함 약 19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에 도착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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