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8년 만에 온 두바이 공항

2023.04.15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환승해야 할 비행기의 Gate는 어딘지 찾으러 가려는 중에 아잔*이 울려 퍼졌다. 난 천주교 신자이긴 하다만, 아잔은 항상 듣기 좋다. 터키에서 64일간 여행을 했을 당시, 매일 울려 퍼지던 아잔을 생각지도 않은 두바이 공항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아잔*: Adhan, 이슬람에서 하루 5번 바치는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기도 소리.


 아잔 소리를 한껏 음미한 뒤, 여권과 비행기 표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라 냉큼 사진부터 찍었다. 내가 해외에 나갔다는 상징성이 가장 큰 이미지 중 하나이므로, 다른 건 잊어버려도 이것만큼은 찍어야지 않겠는가.

국민 공통의 암묵적 합의 사항인 출국 시 여권과 보딩 패스 사진이다.

 

 두바이 공항이라...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최종 도착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거의 동일한 경로로 하여 터키로 여행을 갔었는데, 뭔 깡인지 처음 여행을 가면서 혼자 떠났어서 공항에서 멘붕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비행기를 환승하는 경우, 환승할 비행기의 탑승지인 Gate가 공란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직 비행기가 들어올 Gate 번호가 정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여행 초짜에게 있어서는 국제 미아가 될만한 사유였다.

 그 당시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영어도 한마디 하질 못해 식은땀범벅이 가 돼 공항을 1~2시간 정도 방황했었는데, 이번엔 여유롭게 비행기 시간대가 나오는 게시판으로 가서 비행기 Gate가 언제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움직였다. 그때, 국제 전화로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있던 친척 형에게 물어물어 해결을 했었는데, 두바이 공항에 오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오르는 군.

 당시엔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도 말하지도 못해서, 공항의 직원이 도와줬을 때, 더 멘붕을 했었는데, 이 번엔 능숙하게 공항 직원들의 가이드를 받아가며 내가 가야 할 위치를 수월하게 찾아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가지고 있는 두바이 공항은 24시간 면세점을 운영하므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는 곳인데, 덩치에 비해 어딜 가나 비슷비슷해서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만은 않다. 8년 전 왔을 때, 이 공항에서 9시간이나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을 구경했기 때문에 반가움 말고는 그다지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특산품 대추 야자 열매

 다만, 티르키쉬 딜라이트인 로쿰이 있는 코너에선 발이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는데, 이건 제법 맛있고 국내에서 구하기도 어렵단 말이지... 지금 사면 짐이니까, 국내로 돌아갈 때 사던가 해야겠다. 아랍에미레이트의 특산품인 대추야자열매도 있었는데, 이건 너무 달아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체질이 맞는 과일이 많지 않은 편이라 나중에 돌아갈 때 살지 말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두바이 공항에서 잠깐 쉬어간 카페

 

 환승까지 4시간 대기를 해야 했기에 한 카페에 가서 25 두바이 달러(한화 8,875원)에 달하는 카페 모카 한 잔을 홀짝이며 여유를 부렸다. 계산하는 과정에서 여행 가기 전에 바꾼 핸드폰을 꺼내 환율을 확인하고 있으니, 카페 직원이 새로 나온 기종인 것을 눈치채고, 구경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이전에 쓰던 핸드폰을 4년 정도 써서,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달기도 했고, 이번에 나온 핸드폰 기종(S23 울트라!)의 카메라가 제법 좋다는 이슈가 있어서, 카메라도 안 들고 갈 겸 핸드폰을 바꿨었는데, 덕분에 수다 떨 일이 생겨서 좋았다. 휴대폰 대리점의 직원이 된 기분으로 핸드폰의 기능을 소개해주고(사실 카메라가 엄청 확대가 잘되고 후보정이 되는 거 말곤 모른다), 직원들이 잠시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새로운 전자기기가 나오면 관심이 쏠리는 방식은 비슷하구나.

 커피가 나오기 전, 기념 삼아 사진을 한 장 찍으려 하니 직원들이 포즈도 취해줬다.

 

두바이 공항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8,800원짜리 두바이의 값비싼 커피를 한 잔 하며, 핸드폰 충전과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전 첫 여행에서 기내식을 먹을 땐, 좁은 공간에 꼼짝 못 하고 주는 음식을 계속 받아먹으니 가축이 된 기분을 느꼈었는데, 이젠 나도 성장을 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익숙해져서인지 제법 먹을만했었고, 속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먹어서인지 속도 영 더부룩하고 기분도 썩 유쾌하진 않았었는데, 이번엔 아주 깔끔했다. 다만, 불편한 잠자리는 확실히 느꼈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재력을 길러보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조식 땐 난기류가 제법 심해 음식을 엎을까 숙이고 밥을 먹었었는데, 그 덜컹거리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서빙을 하는 승무원들의 프로 정신에 감탄할 다름이다.

 

두바이 공항의 개성 중 하나인 대형 폭포와 엘레베이터

 

  비행기 탑승 시간이 2시간 정도 남아, 게이트를 향해 이동했다. 두바이 공항에는 큰 인공 폭포가 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간 이동 후, 열차를 타고 게이트를 이동할 수 있는데, 8년 전 경험이지만 여전히 기억이 나서 수월하게 이동을 했다.

 

 

 이번에 비행기를 환승하는 곳이 8년 전 비행기를 환승했던 곳과 길이 거의 동일해 그때의 풍경을 다시 즐길 수 있었다. 8년이나 됐는데, 맥도널드의 위치는 그대로였다. 로마행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1번과 간식 1번을 먹어야 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아랍에미레이트의 시그니쳐 메뉴를 먹어보겠는데, 전혀 배가 고프질 않아 넘겼다.

 공항 식당은 어딜 가나 바가지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사 먹지 않는 것이 낫다만, 맥도널드는 믿을만하지 않은가. 8년 전에 맥도널드 앞 피자 가게에서 2조각에 피자 한 판 가격을 주고 먹어본 적이 있어서, 이 맥도널드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피자 가게는 문을 닫고 대형 사탕 가게가 그 자리에 들어와 있었다.

 

 

 잠깐의 두바이를 뒤로 하고, 이제 로마 FCO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이걸로 두바이엔 3번째(한국에서 터키로 향할 때, 터키에서 한국으로 향할 때,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향할 때) 들리는 것인데, 언젠간 공항 안에서만 돌아다니지 않고 두바이 시내를 활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