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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성당은 정말 화려하구나.

2023.04.15


 숙소에서 얼추 짐을 풀고, 돈과 카드를 잃어버리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만 발생하도록 여기저기 분할해 놓았다. 숙소는 듣던 데로 침대와 작은 책상, TV가 있었으나, 책상은 너무 작았고 대부분 TV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천장이 너무 낮고 책상 바로 위의 천장은 지붕인지 비스듬하게 있어서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나름 1박에 18만 원으로 로마 치고는 싼 편이고 위치가 좋긴 하다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0층에서 내렸는데, 호텔의 홀이 아닌 웬 생뚱맞은 좁은 공간이 나왔고, 옆의 하얀 건물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으로 추측되는 악기의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공간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희한하긴 했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음악 소리가 제법 어울려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갔더니 다시 계단을 통해 홀로 가야 했고, 그 홀을 나가보니 정면에 보이는 차고 안에 작고 이쁜 올드 카가 한 대 보였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도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

 

 

 아까 보다가 말았던 Largo di Torre Argentina로 돌아갔고, 처음으로 혼자 갔던 터키 여행 도중 잠깐 들렸던 불가리아의 풍경이 다시금 기억나는 경치들이 종종 보여왔다. 확실히 여기는 유럽이구나. 스케일은 비교할 게 못되긴 하지만.

 솔직히 큰돈 주고 여행 가는 것보다 집에 누워서 2주간 뒹굴 거리며 쉬는 것이 더 당기긴 했다만, 셀카를 찍을 때마다 사진 속의 내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볼 때, 싫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다만, 오자마자 비가 오다니, 원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동네 인지 걱정이 조금 앞서긴 한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정면과 돔

 Largo di Torre Argentina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고 판테온 방향으로 큰길을 건너가자 왠 큰 성당(Sant'Andrea della Valle) 하나가 보였다.

 적어도 3층짜리 건물은 되어 보이는 성당. 이 정도 크기의 성당이라면, 나름 이름이 알려진 성당이지 않을까?

 오늘은 단순히 산책하는 날로 정했으므로, 가능한 유명 유적지나 건축물에 들어가기보다 주변 구경만 하고자 했으나, 저렇게 눈에 띄면 가봐야지 않겠는가.

 출입이 가능한지, 위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등등. 다양한 질문을 안고 성당으로 향했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정면

 다행히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볼 때, 출입은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이탈리아는 유명한 가톨릭 국가이고, 엄청난 성당들이 사방에 널려있다고 하니,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첫 대상을 성당으로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내부

 성당의 내부는 지나치리만큼 화려했는데, 성당에 안 간 지 약 5년이 다 되어가는 내게도 신앙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이로움이었다. '이렇게까지 성당이 화려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이 안에서부터 튀어나올 정도로 화려했는데, 사방이 금칠에 대리석으로 여기저기 치장이 되어 있었다.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천장화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제단

 

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의 입구 방향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Gregorio De Rossi가 청동으로 만든 것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천장을 얼마나 쳐다보았는지, 사람들이 쳐다보기 쉬우라고 아래에 거울이 있긴 했으나, 줄이 제법 길어 줄을 서서 기다리느니 그냥 의자에 앉아서 천장을 보았다.

 성당이라 다행인 것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었고, 실제 운영하는 성당인지 성수도 있었으며, 신자들을 위한 의자들이 많아 다리 아플 일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남자 무리들이 의자에 앉아 소리를 내 묵주 기도를 한창 바치고 있었다.

 아, 건물은 단층이었다. 그저 천장이 엄청나게 높을 뿐. 올라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고, 구석구석에 화려한 대리석 조각과 그림이 없는 곳이 없어, 이곳의 모습들을 찍은 사진을 전부 올린다면 이 성당의 사진만 10~20장이 올라갈 정도였다. 

 그렇게 됐다간 그냥 사진 자랑일 뿐, 여행기라곤 할 수 없지 않은가.

 

 심지어 난간마저도 검은 대리석과 붉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저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처럼 성당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는데, 이 성당에 대해 검색을 해봐도 손가락에 꼽을만한 대단한 성당이 아님에도 이토록 화려한 것을 보았을 때, 다른 성당들은 어느 정도 일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등이 달려있긴 했지만, 햇빛이 들어오니 성당의 윗부분이 따뜻한 금색으로 물드는 게, 건축 부분에서도 상당한 기술과 지식이 들어간 것이 확실했다.

 성당 구석구석에 비밀 공간의 입구 같은 곳도 제법 있었고, 해당 성당의 관련자라면 탐색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구경을 하고, 성당을 나와보니 비는 다 왔는지 해가 나고 있었다. 성당 안이 햇빛으로 금빛으로 물들 때부터 해가 나고 있었나 보다.

 내일 아침에 보고자 한 판테온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차 한 대가 굳이! 자신이 가던 차로의 옆차로로 넘어와 물 웅덩이를 대차게 밟고 내게 물을 끼얹었다.

 아니, 차가 막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쭉 직진을 해도 되는 상태에서 굳이 왜 내 옆 도로까지 들어와서 물을 튀기고 가는 것인지, 그나마 다행히 바지와 외투가 조금 젖고 상당량의 물은 우산으로 막아냈다만, 길에 고여 회색빛이 도는 지저분해 보이는 물이 튀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혼자 하는 여행에선 가능한 한 빨리 기분 나쁜 일을 잊고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므로, 대충 수습하고 다시 나아갔다.  

 

Basilica of St Eustace의 입구

 

 판테온으로 향하던 길에 성당(Basilica of St Eustace)이 하나 더 있었고, 혹시 이 성당도 앞서 본 성당(Sant'Andrea della Valle)만큼 화려할까 싶어 한 번 들어가 봤다.

Basilica of St Eustace의 내부
Basilica of St Eustace의 도금된 난간과 오르관

 모든 성당이 Sant'Andrea della Valle처럼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 이 성당은 비교적 소박했고, 일반 신자들이 많이 오는 성당처럼 보였다.

 입구에서부터 구걸을 하는 분이 한 분 계셨고, 벽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 성당만큼 과하다 싶은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성당은 무려 8세기에 지어진 녀석으로 1582년 지어지기 시작해 1650년 완공된 Sant'Andrea della Valle에 비해 역사적인 가치가 더 많다면 많았지, 부족함은 없는 녀석이다.

 지나가다 설렁 들린 곳마다 영문 위키 백과에 없는 녀석이 없고, 내용이 상당하니 로마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판테온(Pantheon)의 옆면

 

판테온(Pantheon)의 앞면

 

판테온 앞의 오벨리스크와 분수(Obelisco del Pantheon)

 

판테온 앞의 오벨리스크와 분수(Obelisco del Pantheon)

 

 판테온은 다음날에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주변만 설렁 보고 지나갔으나, 확실히 사람이 많다. 

 처음 로마에서 길을 걸으면서, 들렸던 곳들이 전부 역사적인 가치나 예술적인 가치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상당한 곳들이었으나, 듣던 것보다 사람이 별로 없길래 비수기인가 했더니, 죄다 여기 있었나 보다.

 입장해보고 싶었으나, 구체적인 입장 방법이 적혀있거나 안내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도 없었고, 판테온 내부에는 사람이 있었으나, 입장을 막는 줄이 사방에 쳐져 있어서 밖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판테온의 외부 탐색까지 만 이었으므로, 자세한 건 내일 아침 일찍부터 가서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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